삼성전자가 ‘혈액검사기’로 의료 기기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삼성그룹은 향후 10년 동안 태양전지, 자동차용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분야에 뛰어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의료기기 사업 진출이 놀랄 일은 아닙니다.

이미 지난 5월 삼성전자는 고령화 사회 도래와 소비자 삶의 질 향상 추구에 부응하고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라이프 케어’ 분야를 신성장 동력의 중심축으로 설정하고, 의료기기 분야에 2020년까지 1조 2천억원을 투자해 연 매출 10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죠.


사진 설명 : 삼성전자는 6월29일 오후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혈액검사기 출하 기념행사를 갖고, 삼성그룹의 5개 신사업 가운데 하나인 의료기기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사진 왼쪽부터 오세문 상무(중외제약), 김철교 부사장(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안병철 사장(대진화학), 윤주화 사장(삼성전자 CFO), 태성길 사장(레이젠), 방상원 상무(삼성전자 HME사업팀장), 박정훈 사장(빛기술)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고령화 사회가 예견돼 있고, 선진국에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 많은 업체들이 헬스케어 시장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첫 선을 보인 혈액검사기(모델명 IVD-A10A)는 기존 혈액검사기의 성능과 정확도를 모두 갖추고, 크기와 가격을 1/10 수준으로 낮춘 중소병원용 진단장비입니다. 삼성전자측은 채혈 후 통상 2일~3일 걸리던 혈액 검사 기일은 12분으로 단축했다고 강조합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혈액검사기 개발을 위해 4년간 삼성종합기술원과 HME(Healthcare and Medical Equipment) 사업팀이 공동으로 300여 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고, 독자적인 미세유체제어·마이크로밸브 등 핵심 원천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출하식에서 삼성전자 윤주화 사장(CFO)은 “의료기기는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제품이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절대 품질”이라고 강조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명예로운 사업인 만큼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10년 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으로 성장시켜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보도자료만 놓고 보면 특별히 새로울 건 없지만 최근 의료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본다면 이번 행보는 단순히 의료기기 사업 진출로 한정지을 수 없습니다. 우선 삼성 그룹은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의료원 등 헬스케어와 관련한 풀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주체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2009년 삼성전자는 지식경제부에서 진행하는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며 ‘바이오 시밀러(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 분야 투자도 공식화했죠. 여기에 최근 제약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에서 국내 제약 회사를 하나 인수할 지 모른다는 루머들도 나돈바 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간 문제라는 설이 파다했습니다”라고 귀띔을 하더군요.

IT 서비스 회사인 삼성SDS의 행보는 이미 몇차례 거론한 적이 있습니다. 올 3월 삼성SDS는 삼성의료원, 라이프 테크놀로지스(Life technologies)와 함께 ‘인간 유전체 시퀀싱과 유전자 기반의 진단과 치료 글로벌 서비스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당시 보도자료를 다시 살펴보면 삼성의료원은 의료 전문인력과 노하우를, 삼성SDS는 클라우드컴퓨팅 데이터센터에 기반한 첨단 유전체 분석 기술력과 바이오인포매틱스 서비스 플랫폼을, LT는 차세대 SOLiD 시퀀서와 시약 등의 최첨단 바이오기술(BT) 장비를 공유하게 됩니다.

삼성SDS는 지난해 10월 클라우드컴퓨팅센터를 오픈하면서 BT와 IT의 결합을 강력히 추진해, 2010년 79억달러에 달하는 바이오인포매틱스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정보 서비스 회사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죠.

2009년부터 삼성SDS는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마련해 놓고 이길여암당뇨연구소, 국가생물자원센터(KOBIC)와 제휴했고, 염기서열분석장치(시컨서)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ABI사와 유전자 분석 기술 공동 개발(Sofotware Community Membership Agreement) 협력도 체결, 유전자 샘플 투입부터 염기서열의 완전한 해독에 이르는 차세대 유전자 처리 프로세서를 공동 개발중입니다.

이런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인프라가 왜 중요하고 삼성그룹에서 제약 회사를 인수할지 모른다는 루머들이 왜 끊임없이 나올까요? 약을 하나 만들려고 해도 수많은 임상실험을 거쳐야 합니다. 이 기간이 무척 길고 돈도 수천억원이 듭니다. 삼성SDS가 이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면 이런 과정은 상당히 짧게, 그리고 아주 저렴하게 끝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IT 분야는 아니지만 현재 의료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 사업도 주목할 만합니다. ‘건강관리서비스’란 생활습관을 개선해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보건교육, 질병예방 교육, 영양운동, 금연 절주 등 생활습관 개선 등을 위한 상담과 교육 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의사들이 아니더라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법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현재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삼성생명의 역할이 나타납니다. 생명보험에 가입한 수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삼성생명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시장은 비단 삼성생명만 노리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모든 생명보험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또 민간보험과 관련해서도 가장 큰 수혜주가 될 곳은 당연히 생명회사들입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저서 ‘미래의 물결에서 “미래 사회에서 규제를 만들어 내는 곳들은 정부가 아닌 민간 보험사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사람들의 수익과 지출, 건강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런 정보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었죠. 세계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죠.

최근 IT 분야에서 개인화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PCC)가 주목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개인화 서비스는 비단 IT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죠. 이미 금융권에서는 자산관리(PB) 전문가들이 등장했죠. 이제 의료분야에서도 개인을 위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이 눈 앞에 와 있습니다. 다만 의료정보와 관련해서 정부의 역할과 민간 기업들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남아 있긴 하지만 맞춤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는 이미 팽배해 있고, 삼성그룹은 이런 욕구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수익도 창출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사회복지를 대표하는 이 표어가 어쩌면 삼성그룹의 헬스케어 사업을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보니 마지막 하나가 빠져 있군요. ‘상조’ 서비스 말입니다.

추가 : 기사가 나가고 @ritzws님이 삼성 에스원에서 이미 상조사업에 진출했다는 정보를 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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