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곳곳에 폭우가 내렸다. 6월 중순부터 7월 하순에 있던 전통적인 장마는 어디로 가는 지. 아열대 지방 또는 열대 지방에서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인 우기(雨季)가 우리나라에도 나타난 것일까? 뜬금없이 비 타령이다. 비를 쏟아내는 구름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지난 몇년 동안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아이템을 꼽으라면 단연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HP, IBM, 오라클, 시스코, EMC와 같은 대표적인 IT 업체들은 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분주하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클라우드에 올인’했다고 할 정도로 자사의 모든 역량을 클라우드 분야에 집중시키고 있다. 분주하기는 우리나라 정부와 통신사, 각 IT 서비스 업체와 솔루션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혹은 새로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또는 개인 정보에 대한 해외로의 이전에 대한 우려 등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클라우드에 대해 뭔가를 분주히 하고 있다.


시장은 시끌벅적하고 뭔가가 태동되는 느낌이 있지만 구름에는 뭉게구름만 있는 게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요즘 새삼스럽게 느낀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느낀 점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취재를 하다보면 전문가들이 태부족인 것을 확인하게 된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곳에는 전문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어야 한다. IT 서비스 업체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좀 생뚱맞게 들릴 지 모르겠다. IT 최고의 전문가들이 있을 법한 IT 서비스 업체에도 사람이 없다니 말이다. 그들은 고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사이에서 통행료를 받는 데 익숙해진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내부에 최고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전문가를 키워내는 데 소홀했다. 국내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NHN과 온라인 게임 회사 같은 곳에 있다. 얼마전까진 티맥스소프트에 많았다.

아마존을 보자. 자신들의 서비스를 최적화 시킬 인력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최고의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시스템을 스스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구글이 검색 서비스를 선보인 후 그 플랫폼을 탄탄히 하기 위해 10여 년동안 최고의 전문가들을 투입시켜 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외부의 자원들을 원할 때 빌려 쓰고, 그 만큼 돈을 지불하는 모델이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곳에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야 한다. 그런 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태부족하다. 꿈꾸는 이들은 많지만 이를 구현할 전문가들이 키워 내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x86 서버에 대한 국내 고객들의 선입견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최근 가트너는 2010년 2분기 전세계 서버 출하량이 전년 대비 27.1%, 매출은 14.3 %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에 서버 성장세를 이끈 장본인은 x86 서버다. x86 서버는 출하 대수 기준으로 28.9%, 매출 기준으로는 37% 성장했다. RISC/아이테니엄(Itanium) 유닉스(Unix) 서버는 2009년 동기 대비 출하량 16.5% 감소와 벤더 매출 8.8% 하락 등으로 여전히 위축돼 있다. 대부분 메인프레임으로 구성된 ‘기타’ CPU 카테고리는 2분기 매출이 22.8% 하락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바람을 타고 x86 서버의 위세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왜 x86 서버인가?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은 병렬처리다. 스케일 아웃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무한 확장성이다. 저렴한 장비들을 대규모로 계속해서 연동시키면서 거대한 컴퓨팅 파워를 만들어 내는 셈이다. 1000대의 컴퓨팅 파워가 있는 곳에서 100대의 서버가 다운돼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나머지 900대가 관련 데이터를 소유하고 제대로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텔의 x86 서버 칩은 유닉스 진영을 정조준할 정도로 거침없는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 모 업체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 수억원에 도입했던 x86 장비 가격이 최근엔 1천 500만원대로 떨어졌어요. 인텔이 미쳤나봐요”라는 말을 했다. 그만큼 저렴하면서도 막강한 컴퓨팅 자원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주목받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경제성이다. 내가 소유하고 있을 때보다 단 돈 1원이라도 서비스가 싸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x86 서버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가만히 한번 살펴보자. 우리나라 정부를 비롯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스템 속에서 x86 서버들은 얼마 정도의 포지셔닝을 차지하고 있는 지 말이다. 얼마나 많은 핵심 업무가 x86 서버 위에서 가동되고 있는 지 말이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유닉스 천국에서 한번 돌아볼 일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확산을 위해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정부도 한번 살펴볼 일이다. 클라우드 시대에 왜 그리 많은 유닉스 도입 프로젝트들이 정부 내 많은 지. x86 기반 인프라 도입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나머지 예산으로 필요했던 소프트웨어와 장비들을 구매하면 될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여유 있는 비전과 콘텐츠가 부족해 보인다. 어떤 서비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는가? 우리나라 사업자 중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자들이 등장할 수 있을까? 전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24시간 자신들이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해외 사업자와 국내 시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동일한 모델을 꿈꾸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클라우드에 대응은 해야 되겠고, 뭔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너무 서두르는 것은 아닐까?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은 모바일과 만나 그 효용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개인이던 기업이던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업의 행보를 볼 때 걱정되는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바일 오피스 프로젝트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묻고 싶다.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현하지 않아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졌는 지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툴의 도입 못지않게 기업 내부 임직원간, 각 부서간의 협업에 대한 커다란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런 전략을 위해 다양하게 등장하는 기술들을 어떻게 수용해 낼 지에 대한 로드맵의 유무다. 이런 협업을 위해 클라우드는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내부의 기존 애플리케이션들은 클라우드와 모바일 환경에서 어떻게 진화돼야 하는 지에 대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쓰랴’라는 선조들이 지혜가 이미 있다. 조급증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사람을 키워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며, 새로운 의식을 가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물려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벌어들이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먹구름이 걷히고 화창한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을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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